허주은 작가님의 장편소설 '사라진 소녀들의 숲' 독서기록을 시작하면서
책을 펼치고 덮을 수가 없었다. 아니 덮고 싶지 않았다.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했고,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도 책을 읽었고, 내려서도 빨리 읽고 싶었다. 병원 진료를 기다리면서도 책을 읽었고, 진료를 받으면서도 생각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내용이었다. 미스터리, 추리물, 역사적 배경, 배경장소 제주도. 이 책은 어느 날 미용실에 앉아서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소개하는 페이지를 보고는 호기심이 들었던 책이었는데, 최근에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 e-Book에 책이 없어서 살짝 서운하던 차에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하고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집어 들고 왔다.
책을 펼친 이후에 나는 몇시간이고 읽어 내려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올 때 사서님이 '이번에도 두꺼운 책 빌려가시네요'라고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아마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빌려갈 때 계셨던 사서님이신 것 같은데, 요즘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빌렸서 읽곤 했더니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 하루에 한 권씩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어쩌면 하루가 모자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책 소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작품 분위기, 탄탄한 서사 속에 치밀한 미스터리 장치를 가미한 필력으로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 허주은의 장편소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의 배경에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 역사, 조선 세종 대까지 존재했던 공녀(貢女) 제도를 앉혀놓는다. 이에 얽힌 제주 한 마을의 비극 그 비극에 긴박하게 연결된 가족사, 나아가 가부장 시대 조선 여성들의 삶을 다층적으로 엮어내며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허주은 작가님의 작품은 역사, 특히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뼈의 침묵』, 『붉은 궁』 등 연이어 발표한 소설 모두 한국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졌다."지금 제가 쓰는 책들은 전부 한국 역사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밝히는 저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낯선 모든 이들을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사로잡으며 한국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책을 읽고
『짙게 깔린 안개가 소나무로 만든 붉은 배를 감쌌다. 내눈에 허락되지 않은 땅 너머에 비밀이 숨어 있기라도 하듯, 그러나 항구에서 남쪽으로 천 리를 가면 나오는 바람의 땅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곳에는 들쭉 날쭉한 해안선이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검은 현무암집과 넓은 초원, 안개가 겹겹이 에워싼 산이 있다. 돌과 바람의 섬 제주 어딘가, 역사를 간직한 숲 곶자왈과 봉우리에 구름을 얹은 한라산 사이에서, 우리 아버지가 사라졌다.』
위의 문장으로 책은 시작한다. 책을 읽자마자 감탄을 했다. 소설의 배경, 단 몇 줄만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사로잡았다. 흡입력 강한 미스터리를 시작으로 끝까지 나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근에 소설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토록 흡입력 있게 나를 사로잡은 소설은 처음이었다. 책 속에 그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다 들어있어서였을까 꽤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1426년 조선, 열세명의 소녀가 사라졌고, 제주의 숲속에 숨겨진 슬픈 진실, 이제는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다. 공녀(貢女)란 공물로 바치는 여자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공녀제도가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데, 한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흔히 접하는 단어지만, 나에게는 그냥 과거에 있었고, 역사 속 한 페이지에 있던 제도일 뿐이었다. 허주은 작가님은 이 제도를 불합리한 제도로 바라보고, 그 시대 여성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그냥 역사 속의 내용으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내용인데 소설로 그 제도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사라지는 사건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두 자매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화해를 하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허주은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온다면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뼈의 침묵'이나 '붉은 궁'도서를 한국에서 아직 만날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 재미있는 책을 많이 발견해서 신나있는 나에게 소설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추천해 줄 도서목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저자
- 허주은
- 출판
- 미디어창비
- 출판일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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